블록체인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코인 투자와만 엮어 생각하기 쉬운데요. 알고 보면 그 원리는 '못 지우는 공책'이라는 비유 하나로 거의 다 설명됩니다. 이 글에서는 블록체인이 왜 위변조에 강한지를 일상적인 공책과 동네 계모임 장부에 빗대어 풀어 보고, 그 기술이 어떻게 특허라는 권리로 이어지는지까지 담백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못 지우는 공책
어릴 적 일기장을 떠올려 볼게요. 연필로 쓴 일기는 마음에 안 들면 지우개로 슥슥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었죠. 그런데 만약 볼펜으로 쓰는 데다, 한 줄을 쓸 때마다 그 내용이 다음 줄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앞 줄을 고치는 순간 뒤에 쓴 모든 줄이 와르르 어긋나 버리는 공책이 있다면 어떨까요. 한 글자를 바꾸려면 그 뒤에 쓴 수백 장을 전부 다시 써야 한다면, 사실상 '못 지우는 공책'이 되는 셈입니다. 블록체인을 가장 쉽게 떠올리는 방법이 바로 이 공책이에요.
블록체인은 거래나 정보를 '블록'이라는 페이지에 담고, 그 페이지들을 사슬(체인)처럼 순서대로 이어 붙인 기록 방식입니다. 핵심은 각 페이지가 바로 앞 페이지의 '지문'을 함께 적어 둔다는 점이에요. 이 지문을 전문 용어로 해시(hash)라고 부르는데, 페이지 내용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지문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누군가 중간의 한 페이지를 몰래 고치면, 그 뒤에 이어진 모든 페이지의 지문이 어긋나면서 "여기 누가 손댔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나죠. 고치려면 그 이후 기록 전부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첫 번째 성격은 '한 번 적으면 사실상 못 지운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위변조가 어렵다'는 말이 바로 이 구조에서 나와요. 거창한 암호 기술처럼 들리지만, 알고 보면 페이지마다 앞장의 지문을 적어 두는 단순한 약속 하나가 만들어 내는 효과인 셈입니다.
분산된 장부
그런데 '못 지우는 공책'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공책을 한 사람이 금고에 넣어 두고 혼자 관리한다면, 결국 그 사람을 믿어야만 하니까요. 공책 주인이 마음먹고 새 공책으로 통째로 바꿔치기하면 누가 알아챌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의 두 번째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을 해결합니다. 똑같은 공책을 한 권만 두는 게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이 완전히 똑같은 사본을 나눠 갖는 거예요. 이것을 '분산된 장부', 곧 분산원장이라고 부릅니다.
동네 계모임을 떠올리면 쉬워요. 회비 장부를 총무 한 사람에게만 맡기면, 총무가 숫자를 슬쩍 바꿔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모임 회원 전원이 똑같은 장부를 한 부씩 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누군가 자기 장부만 고쳐 봐야, 나머지 사람들의 장부와 대조하는 순간 "당신 것만 다르네요"라며 바로 들통이 납니다. 진짜 기록은 '다수가 똑같이 들고 있는 것'으로 정해지거든요. 블록체인도 새 거래가 생길 때마다 참여자들이 서로 장부를 맞춰 보고, 다수가 동의한 내용만 정식 기록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굴러갑니다.
이 두 가지, 즉 '못 지우는 공책'과 '모두가 나눠 가진 장부'가 합쳐지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특정 기관이나 관리자를 믿지 않아도, 시스템 그 자체를 믿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은행이라는 중앙 장부 관리인 없이도 송금 기록을 신뢰할 수 있다는 비트코인의 발상이 여기서 출발했고, 이후 계약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증명하는 기술 등으로 가지를 뻗어 나갔습니다.

블록체인과 특허
여기서 지식재산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볼게요. 블록체인이 결국 '기술'인 이상, 그 기술을 어떻게 구현했는가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은 한동안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합의 알고리즘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 거래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구조,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검증은 가능하게 하는 기법, 그리고 물류 이력 추적이나 전자투표, 본인 인증 같은 분야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응용 발명까지, 출원의 결이 정말 다양합니다.
저희 자하특허법률사무소 역시 이 분야의 출원과 권리 분석을 여러 차례 다뤄 왔는데요. 블록체인 특허에서 늘 마주치는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기본 원리 자체, 그러니까 '블록을 해시로 연결한다'거나 '분산해서 저장한다'는 큰 개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서 그 자체로는 권리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진짜 승부는 '남들과 다르게 풀어낸 구체적인 방법'에서 갈립니다. 같은 문제를 어떤 독창적인 구조로 해결했는지, 특정 분야에 어떤식으로 활용하였는지, 그 디테일을 청구항에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내느냐가 등록 여부와 권리의 힘을 좌우하죠.
또 하나 짚어 둘 점은, 블록체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걸 공개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핵심 알고리즘처럼 공개하면 따라 하기 쉬운 부분은 영업비밀로 묻어 두고, 권리로 분명히 못 박아 둘 부분만 골라 특허로 출원하는 식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요. '못 지우는 공책'을 만드는 기술을 두고, 정작 내 권리는 어떻게 지킬지 고민하는 일이 출원의 진짜 시작점인 셈입니다.
블록체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못 지우고, 모두가 나눠 가진 장부'입니다. 어렵게만 들리던 분산원장도, 동네 계모임 장부 비유로 풀어 보면 의외로 단순한 약속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기술 뒤에는, 어떤 부분을 특허로 드러내 지키고 어떤 부분을 비밀로 감출지 고민하는 또 다른 '기록 지키기'가 숨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구상하고 계신다면, 그 기술의 진짜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권리로 지킬지 한 번쯤 정리해 보면 좋겠습니다.😊 블록체인을 포함해 IT 기술 분야의 권리화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