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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에도 특허가 있다고요? — 요리법 특허와 네네치킨의 청구항, 그리고 패소의 이유

by 보랏빛 물결 2026. 6. 1.

치킨 한 마리를 두고 대기업 두 곳이 법정에서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맛'이 아니라 '조리 방법'을 두고 벌인 특허 싸움이었어요. 이 글은 요리법이 어떻게 특허가 되는지부터 시작해, 네네치킨이 bhc를 상대로 꺼내든 청구항의 속을 들여다보고, 결국 왜 네네치킨이 패소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든 기술을 개발하든, '내 핵심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외로 묵직한 힌트를 주는 사건이에요.

요리법 특허

"치킨에 무슨 특허야?" 이 사건을 처음 들으면 누구나 한 번쯤 갸웃하게 됩니다. 특허라고 하면 흔히 반도체나 스마트폰처럼 복잡한 기계나 부품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특허법은 '물건'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방법'도 보호합니다. 전문 용어로는 방법 발명이라고 불러요. 어떤 순서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하면,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발명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리도 마찬가지예요. 재료를 어떤 순서로 손질하고,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가열하며, 어떤 비율로 양념을 섞는지를 단계별로 적어내면 충분히 특허의 대상이 됩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밥 짓는 방법'조차 특허로 만들 수 있어요. i) 쌀을 씻는 단계, ii) 물을 맞춰 밥을 짓는 단계, iii) 뜸을 들이는 단계처럼 과정을 잘게 쪼개어 명세서에 적고 권리를 받는 식이죠. 물론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은 등록이 안 되지만, 형식 자체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식품·외식 기업들이 의외로 조리법 특허를 꽤 챙깁니다. 누군가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맛을 재현하지 못하게 미리 울타리를 쳐두는 거예요. 음악으로 치면 멜로디가 아니라 '나만의 편곡과 연주 방식'에 권리를 거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으로는 그냥 맛있는 치킨 한 조각이지만, 그 뒤에는 이렇게 권리로 포장된 조리 과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이 전제를 알고 나면, 치킨 특허 소송이라는 말이 더 이상 황당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네네치킨의 청구항

이야기의 무대는 2017년입니다. 네네치킨이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어요. 무기로 꺼내든 건 네네치킨이 보유한 등록특허(제10-1693721호), 이름하여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이었습니다. 하얀 치즈 가루가 소복하게 덮인 그 치킨,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이 특허의 청구항을 들여다보면 조리 과정이 일곱 단계로 촘촘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세척한 닭고기를 일정 크기로 자르고(절단), 염지한 뒤 튀김옷을 입히고(베터딥), 밀가루를 고르게 코팅하고(브레딩), 후라이어로 튀기고(후라잉), 그 위에 치즈 분말 양념을 뿌려 섞고, 열풍을 쐬어 양념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오븐에 가열하는 흐름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치킨집 주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네네치킨 bhc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청구항은 양념의 조성을 아주 구체적인 숫자로 못 박아 두었어요. 치즈파우더 40 - 60%중량%, 유청분말 5-25중량%, 백설탕 5-20%중량%, 분말유크림 5-15중량%, 덱스트린 5-10중량%, 요구르트 파우더와 비니거파우더는 각각 1-5중량%. 게다가 양념을 붙일 때는 50-80도의 열풍을, 마무리 가열은 100-150도 오븐에서 2~5분간 하도록 조건까지 정밀하게 적혀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권리 범위가 상당히 좁게 한정돼 있다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바로 이 '숫자의 울타리'가 뒷이야기의 핵심 열쇠가 됩니다.

패소의 이유

청구항에 숫자가 빼곡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특허로 등록을 받으려면 이미 세상에 알려진 기술과 구별되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양념 비율과 온도, 시간을 좁게 한정할수록 등록 문턱은 낮아져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권리 범위를 스스로 좁힌 셈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등록에 유리하게 좁힌 범위가, 정작 침해를 따질 때는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이에 따라, 특허 등록 측면과 권리 침해 측면, 2가지 측면 사이에서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특허 침해는 상대가 청구항에 적힌 구성요소를 '전부' 사용했을 때 인정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니 bhc가 침해로 인정받으려면, 단계 순서는 물론이고 치즈파우더 40-60%, 열풍 50-80도, 오븐 100-150도에서 25분 같은 조건까지 거의 그대로 따라 해야 합니다. 숫자 하나만 범위를 벗어나도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만든다"는 항변이 가능해지는 거예요. 한정이 촘촘할수록 빠져나갈 틈도 그만큼 많아지는 셈입니다.

 

법원도 같은 결을 봤습니다. 2018년, 법원은 원고 네네치킨의 패소를 선고하며 bhc의 손을 들어주었어요. 좁게 한정된 청구항만으로 침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던 거죠.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해석이 있습니다. 네네치킨이 정말 승소만을 노리고 소송을 건 게 아니라, 마케팅 효과를 함께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선이에요. 당시 bhc는 이른바 갑질 논란을 비롯해 여러 이슈의 한가운데 있었고, 그 시점에 특허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것만으로도 화제와 명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었으니까요. 승패와 별개로, 특허가 '소송 도구'를 넘어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네네치킨에서 해당 특허 청구항으로 침해 입증이 어려울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사건이 남기는 교훈은 식당 사장님에게도, 기술을 만드는 발명자에게도 똑같이 닿습니다. 첫째, 우리 가게의 대표 메뉴나 핵심 비법도 충분히 권리로 지킬 수 있다는 점이에요. 레시피는 그냥 머릿속 노하우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잘 다듬으면 남이 함부로 베끼지 못하게 막는 자산이 됩니다. 둘째, 더 중요한 건 '얼마나 넓게, 혹은 좁게 권리를 그릴 것인가'라는 균형 감각입니다. 너무 좁게 한정하면 등록은 쉬워도 이번처럼 침해를 잡아내기 어렵고, 너무 넓게 욕심내면 등록 자체가 막히거나 나중에 무효가 될 위험이 커지죠. 그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는 일이 곧 명세서를 쓰는 사람의 진짜 실력입니다. 같은 비법이라도 어디까지 청구항에 담고 어디부터 비워둘지에 따라, 그 특허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도 하고 종이호랑이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핵심 기술이나 비법을 어떤 형태로 지킬지 정하는 일이 사업 전략만큼이나 중요해집니다. 공개하더라도 특허로 권리를 분명히 해 협상력과 신뢰를 얻을 것인지, 아니면 일부 노하우는 영업비밀로 묻어두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것인지. 정답은 메뉴(혹은 기술)의 성격과 시장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치킨 한 조각에서 시작한 이야기지만, 결국 '내 핵심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은 모든 분야에 똑같이 던져집니다.😊 우리 사업의 진짜 무기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한 번쯤 정리해보고 싶다면, 편하게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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