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녁마다 화제에 오르는 드라마가 하나 있죠. 무너진 교실을 소재로 한 '참교육'입니다. 그런데 이 사이다 같은 이야기,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웹툰이 원작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어요. 이 글에서는 참교육 신드롬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짚고, 웹툰이 드라마로 옮겨갈 때 작동하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이라는 권리를 풀어본 뒤, 그 모든 흐름이 가리키는 웹툰 IP의 가치를 차례로 정리합니다. 창작자와 사업가 모두에게 묵직한 시사점을 던지는 이야기예요.

참교육 신드롬
'참교육'은 2026년 6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무너진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직접 학교 문제에 개입하는 액션물이에요. 공개 직후 곧바로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며칠 만에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1위를 찍으며 그해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중 가장 강한 오프닝을 기록했습니다. 분노가 곧 시청 동력이 되는, 이른바 '사이다 드라마'의 전형이죠.
그런데 이 이야기의 뿌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웹툰입니다. 채용택·한가람 작가가 2020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동명 웹툰이 원작이에요. 학교 폭력, 악성 민원, 문제 교사, 촉법소년처럼 뉴스에서 자주 보던 예민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며 월요웹툰 인기 순위 1위를 오래 지켰고, 한때 제작사 매출 1위에 오를 만큼 흥행한 작품입니다. 연재 당시 일부 표현을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소년심판」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이 그 부분을 덜어내고 현실적인 사회 고발 드라마로 다시 다듬으면서 영상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우리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라고 부르는 이 작품은, 사실 '웹툰 참교육'이라는 원본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멋진 배우와 연출이 화제의 표면을 장식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올라탄 토대는 몇 년 전 누군가 그려낸 한 편의 웹툰이었던 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지식재산(IP)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
웹툰이 드라마가 되는 과정을 가볍게 "원작을 영상으로 옮겼다"고 표현하지만, 법의 눈으로 보면 훨씬 정교한 일이 벌어집니다. 저작권법에는 '2차적저작물'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원저작물을 번역·각색·영상 제작처럼 다른 형태로 새로 창작한 작품을 말합니다. 웹툰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가 바로 전형적인 2차적저작물이죠. 그리고 이 2차적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리, 즉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원칙적으로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쉽게 비유해볼게요. 웹툰 원작을 한 톨의 씨앗이라고 한다면, 드라마는 그 씨앗을 심어 키운 전혀 다른 작물입니다. 열매의 모양은 달라도, 그 씨앗 없이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어요. 그래서 제작사가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려면 반드시 원작자(또는 권리를 가진 플랫폼·제작사)로부터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권리를 건너뛰고 이야기를 가져다 쓰면, 아무리 새롭게 각색했다 해도 저작권 침해가 됩니다.
실무에서 정말 중요한 건 계약서의 디테일이에요. '포괄적 권리' 같은 두루뭉술한 문구 하나로 넘어가면 나중에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2차적저작물의 종류(드라마인지 영화인지 게임인지 굿즈인지), 이용 기간, 지역 범위, 수익 정산 비율, 계약 종료 시 권리 회수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적어두어야 원작자도 제작사도 안전해집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내 작품이 어디까지, 얼마 동안, 누구에게 쓰이는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곧 협상력이 되는 셈이죠. 화려한 드라마 한 편 뒤에는 이렇게 촘촘한 권리 설계가 깔려 있습니다.
웹툰 IP의 가치
이제 시야를 조금 넓혀볼게요. 하나의 원작 콘텐츠를 드라마·영화·게임·굿즈처럼 여러 갈래로 확장하는 전략을 OSMU(One Source Multi Use), 즉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부릅니다. 잘 만든 IP 하나가 여러 매체로 갈아타며 수명을 늘리고 수익을 키우는 구조죠. 실제로 국내 주요 플랫폼의 웹툰 IP 영상화는 2019년 16건에서 2022년 76건으로 4배 넘게 늘었습니다. 드라마·영화 제작사들이 신작을 기획할 때 검증된 웹툰·웹소설 IP부터 먼저 살펴보는 흐름이 자리 잡은 거예요.
선순환은 양방향으로 흐릅니다. 영상이 흥행하면 원작의 가치도 함께 치솟거든요. 과거 한 좀비 학원물 드라마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을 때, 원작 웹툰의 조회수가 수십 배 폭증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원작은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해 다시 웹툰을 찾아 들어온 거죠. 참교육 역시 드라마의 인기가 원작 웹툰으로, 또 시즌 확장과 굿즈로 번져갈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이렇게 IP는 한 번 쓰고 끝나는 소모품이 아니라,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창작자와 스타트업이 가져갈 교훈은 분명합니다. 핵심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이야기를 어떻게 권리로 붙잡아 두느냐'예요. 작품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고, 작품의 제목이나 대표 캐릭터 이름은 상표로 선점해둘 수 있으며, 확장 계약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발명과 기술의 세계에서 특허 전략이 사업의 형태만큼 중요하듯, 콘텐츠의 세계에서도 IP 설계가 흥행의 그늘에서 진짜 가치를 결정합니다. 멋진 결과물보다, 그것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권리 구조를 먼저 보는 눈이 필요한 이유죠.
화제가 된 건 통쾌한 사이다 드라마지만, 그 뒤에는 웹툰이라는 원작과 그 원작을 지키고 확장한 권리 설계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나 좋은 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예요. 그것을 어떤 형태의 권리로 지키고, 어떤 계약으로 넓혀갈지가 결국 가치를 좌우합니다. 여러분이 만드는 콘텐츠나 기술의 '진짜 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한 번쯤 정리해보면 좋겠어요. 이 부분이 궁금하시면 편하게 문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