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AI가 새로운 물질 구조를 제안하고, 개발 현장에서 AI가 회로 설계를 최적화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AI가 만들어 낸 발명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요? 발명자 칸에 AI의 이름을 적을 수 있을까요? 전 세계 특허청이 같은 질문에 부딪혀 있고, 지금까지의 답은 대체로 일치합니다. 이 글에서는 DABUS 사건으로 촉발된 AI 발명자 논쟁부터 각국의 입장, AI를 도구로 활용한 발명의 출원 전략, 실무에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AI가 만든 발명, 왜 문제가 되는가
특허 제도는 사람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발명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회사는 그 권리를 승계하며, 국가는 공개의 대가로 독점권을 부여합니다. 이 구조의 출발점에 '발명자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와 강화학습 시스템이 사람의 지시 없이도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출력하기 시작하면서, 이 출발점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조합이나 최적해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구조, 배터리 전극의 배치, 기계 부품의 형상,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파라미터까지 AI가 제안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설계안이 나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출력물이 특허 요건(신규성·진보성·산업상 이용가능성)을 갖추었을 때입니다. 요건은 갖췄는데 '발명자가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특허를 못 준다면, 그 기술은 공개되지 않고 영업비밀로 숨거나 아무 권리 없이 방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의 질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AI 자체를 발명자로 기재할 수 있는가. 둘째, AI를 활용해 사람이 완성한 발명은 어떻게 특허로 보호할 것인가. 첫째 질문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아니요'라고 답했고, 둘째 질문에는 '가능하다, 단 명세서 작성 방식이 달라야 한다'가 지금의 실무적 답입니다.
이 문제가 단순한 법리 논쟁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투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신약 개발, 소재 탐색, 설계 자동화처럼 AI를 연구의 핵심 도구로 쓰는 산업은 이미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영역입니다. 그 산출물에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면 기업은 공개를 꺼리게 되고, 특허 제도가 의도한 '공개를 통한 기술 축적'이라는 선순환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AI의 산출물에 아무 제한 없이 권리를 주면, 사람의 창작 없이도 권리가 복제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제도가 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지금 진행 중입니다.
DABUS 사건: AI 발명자 논쟁의 시작
이 논쟁을 세계적 이슈로 만든 사건이 DABUS입니다.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 DABUS가 식품 용기와 신호 장치라는 두 가지 발명을 스스로 해 냈다며, 발명자를 'DABUS'로 기재한 특허 출원을 여러 나라에 제출했습니다. 그는 AI가 발명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시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출원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국가를 가리지 않고 거의 같았습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특허법상 발명자는 '개인(individual)'이며 이는 자연인을 뜻한다고 판결했고,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유럽특허청(EPO) 확대심판부도 발명자는 법적 인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AI 발명자 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영국 대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 특허청 역시 발명자로 AI를 기재한 출원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예외로 언급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실체 심사를 하지 않는 형식 심사 국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발명자 자격을 심사하지 않고 등록된 것이지, AI 발명자를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호주에서는 1심에서 AI 발명자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가 항소심에서 뒤집힌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국제적 흐름은 '발명자는 사람'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는 쪽입니다.
주요국 특허청과 법원의 입장 비교
각국의 현재 입장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제와 판례는 계속 변화하는 영역이므로, 실제 출원 시점의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 국가·기구 | AI 발명자 인정 여부 | 핵심 근거와 비고 |
|---|---|---|
| 한국 | 불인정 | 발명자는 자연인이라는 특허청 심사 기준, AI 활용 발명 가이드라인 운영 |
| 미국 | 불인정 | Thaler v. Vidal 판결, AI 보조 발명의 발명자성 가이던스 발표 |
| 유럽(EPO) | 불인정 | 확대심판부 J 8/20 결정, 발명자는 법적 인격체여야 함 |
| 영국 | 불인정 | 대법원 Thaler 판결, 현행법상 발명자는 사람 |
| 호주 | 불인정 | 1심 인정 판결 후 연방법원 합의부에서 번복 |
| 중국·일본 | 불인정 | 발명자는 자연인이라는 심사 기준 유지 |
표에서 보이듯 AI 자체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주요국은 현재 없습니다. 다만 모든 국가가 공통으로 열어 둔 문이 있습니다. 바로 'AI를 활용한 사람의 발명'은 특허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특허청(USPTO)은 2024년 AI 보조 발명의 발명자성 가이던스를 통해, AI를 사용한 발명이라도 사람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 사람을 발명자로 한 출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했습니다. 유럽과 한국도 같은 방향의 기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특허청의 AI 발명 심사 기준
우리나라 특허청은 AI 관련 발명의 출원이 급증하면서 심사 기준을 정비해 왔습니다. 기본 원칙은 명확합니다.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하고, AI는 발명의 '도구'로 취급한다는 것입니다. 출원서의 발명자 란에 AI나 AI 시스템의 이름을 기재하면 보정 명령이 나오고, 응하지 않으면 출원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AI 기술 자체에 대한 출원(예: 새로운 신경망 구조, 학습 방법, AI를 적용한 제어 방법)은 다른 기술 분야와 같은 요건으로 심사받습니다. 다만 명세서에 학습 데이터, 모델 구조, 기술적 효과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실현 가능성과 기재 불비 요건을 넘길 수 있습니다. 최신 심사 기준과 AI 발명 관련 안내는 특허청이 공개하는 심사기준과 별고를 통해 수시로 갱신되므로, 출원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출원 전 선행기술 조사도 AI 분야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논문·깃허브·아카이브(arxiv) 등 비특허 문헌의 비중이 커서, 특허 문헌만 검색해서는 진보성 판단을 놓치기 쉽습니다. KIPRIS 특허정보검색서비스로 국내외 특허를 1차 조사하되, 비특허 문헌 검색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심사 실무의 흐름도 알아 두면 대응이 빨라집니다. AI 관련 출원에서 자주 나오는 거절 이유는 진보성 부족과 기재 불비, 그리고 '단순한 AI의 적용에 불과하다'는 판단입니다. 기존 기술에 범용 AI를 접목한 것만으로는 진보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어떤 기술적 과제를 어떤 수단으로 해결했는지가 명세서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거절이유통지를 받으면 단순히 AI 성능을 주장하기보다, 입력·처리·출력의 구조에서 기술적 특징을 찾아 보정과 의견서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공 패턴입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한 발명은 특허가 가능하다
여기가 실무의 핵심입니다. AI가 산출물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특허 불가 사유는 아닙니다. 사람이 AI를 도구로 사용해 기술적 과제를 해결했다면, 그 발명은 특허 대상이 됩니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해서 발명자성이 부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AI도 연구자의 손에 쥐어진 고성능 도구로 취급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기여'는 어느 정도면 충분할까요. 미국 특허청의 가이던스가 제시하는 판단 틀이 참고가 됩니다. 사람이 기술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했는지, AI의 출력물에 상당한 수정이나 선택을 가했는지, 출력물을 실제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이 들어갔는지를 종합해 봅니다. 단순히 "좋은 물질을 찾아 줘"라고 입력하고 출력을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라면 기여를 인정받기 어렵지만, 과제 설정·조건 부여·결과 해석·실험 검증이라는 단계를 사람이 주도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허 가능성이 높은 전형적인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구자가 AI로 수백 개의 후보 물질을 선별하고, 실험으로 유효성을 검증해 최종 물질을 확정한 발명
- •엔지니어가 AI의 설계 추천을 참고하되, 제약 조건과 안전 기준을 적용해 최종 설계를 완성한 발명
- •개발자가 AI가 생성한 다수의 알고리즘 안을 기술적 판단으로 비교 평가하고, 최적안을 시스템에 구현한 발명
- •사람이 정의한 과제와 평가 함수를 바탕으로 AI가 최적화를 수행하고, 사람이 그 결과를 실제 제품 사양으로 구체화한 발명
반대로 AI의 출력을 사람이 검토 없이 그대로 옮긴 경우는 특허받기 어렵습니다. 신규성·진보성의 문제와 별개로, 사람의 기여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기본기가 필요하다면 아이디어와 발명의 차이를 다룬 글을 먼저 읽어 보세요. AI 활용 발명도 결국 이 두 요건을 넘어야 등록됩니다.
⚠️ 'AI가 다 했다'는 식의 기재는 금물
출원 서류나 연구 기록에 "이 발명은 AI가 자동 생성했다"는 취지의 기재가 남아 있으면, 사람의 기여를 입증하기 어려워져 등록은커녕 권리 안정성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AI 사용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사람의 기여가 문서상 명확해야 합니다.
AI 활용 발명의 명세서 작성 전략
사람의 기여를 중심으로 기술하기
명세서의 주인공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고 무엇을 출력했는지보다, 연구자가 어떤 기술적 과제를 인식하고, AI의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검증·구체화했는지를 중심으로 씁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는 AI가 제시한 100개 후보 중 내열성과 전기전도도가 목표치를 동시에 만족하는 3개를 선별하여 시편을 제작하였고, 실측 결과 특정 조성이 목표 특성을 충족함을 확인하였다"는 식의 기술이 유리합니다. 사람의 판단과 실험이 서사의 뼈대가 되어야 합니다.
청구항은 사람이 완성한 기술 특징으로 구성하기
독립청구항에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확정한 기술적 특징을 담습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소를 그대로 독립항에 넣으면, 그 요소의 실현 가능성이나 명확성을 둘러싼 거절 이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의 역할은 실시예나 종속항에서 '발명의 바람직한 구현 방법'으로 보충 설명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청구항 범위를 넓히는 전략과의 균형도 중요한데, 무조건 넓은 청구항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도면과 실시예는 구체적으로
AI 관련 발명의 거절 이유 중 상당수는 기재 불비입니다. 입력 데이터의 종류, 전처리 방법, 모델의 구조와 학습 조건, 출력을 최종 안으로 골라낸 기준, 검증 실험의 조건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당업자가 실시할 수 있는' 명세서가 됩니다. 블랙박스처럼 보이는 부분은 흐름도와 단계별 설명으로 풀어쓰고, 핵심 파라미터의 범위와 효과의 관계를 실험 데이터로 뒷받침하면 심사 대응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 팁 — 명세서 초안을 쓰기 전에 연구 기록부터 정리하세요. 프롬프트 이력, AI 출력물, 선별 회의록, 실험 노트가 날짜순으로 갖춰져 있으면 '사람의 기여'를 서술하는 재료가 자연스럽게 모입니다.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기억에 의존해 쓴 명세서는 무효 심판에서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사례로 보는 출원 포인트
가상의 사례로 감을 잡아 보겠습니다. 제약 스타트업 A사는 AI 플랫폼으로 3만 개의 후보 물질 가운데 200개를 1차 추리고, 연구자가 독성과 합성 가능성을 기준으로 5개를 고른 뒤 동물 실험으로 1개를 확정했습니다. 이 경우 발명의 핵심은 '특정 용도에 유효한 화합물'이며, 명세서에는 사람이 정한 선별 기준, 실험 조건, 효능 데이터가 중심이 됩니다. AI가 후보를 좁혀 준 과정은 발명에 이르는 배경 설명으로 충분합니다.
배터리 기업 B사는 AI 시뮬레이션으로 전극 코팅 두께의 최적 조합을 탐색했고, 공정 엔지니어가 양산 설비의 한계와 안전 기준을 반영해 최종 공정 조건을 완성했습니다. 이 발명의 청구항은 '코팅 두께와 건조 조건의 조합을 특징으로 하는 전극 제조 방법'처럼 사람이 확정한 공정 특징으로 구성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탐색에 쓰인 AI 모델 자체를 청구항에 넣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넣으면 명확성 심사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AI의 출력이 곧바로 발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출력물은 후보이고, 발명은 사람의 선별·검증·구체화를 거쳐 완성됩니다. 출원 실무에서는 이 '완성 지점'을 문서로 보여 주는 것이 등록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AI 활용 발명 출원 체크리스트
출원 전에 아래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면 거절 위험과 나중의 무효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발명자는 자연인으로 기재했는가 — AI나 팀 이름, 법인명은 발명자가 될 수 없습니다.
- ✔사람의 기여가 명세서에 드러나는가 — 과제 인식, 선별 기준, 검증 과정이 서술되어 있어야 합니다.
- ✔실시예와 도면이 구체적인가 — 당업자가 그대로 실시할 수 있는 수준인지 점검합니다.
- ✔연구 기록이 정리되어 있는가 — 프롬프트, AI 출력물, 선택 이유, 실험 노트를 날짜순으로 보관합니다.
- ✔학습 데이터의 권리 출처를 확인했는가 — 타사 데이터나 비밀 정보가 학습에 쓰이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 ✔출원 전 공개 여부를 점검했는가 — 논문 게재, 깃허브 공개, 발표 자료 배포가 출원보다 먼저라면 신규성이 문제됩니다.
- ✔해외 출원 계획과 연계했는가 — 각국 기준이 미묘하게 다르므로 주요국 진입 계획에 맞춰 명세서를 준비합니다.
흔한 실수와 피하는 법
실수 1 — 발명자 란에 AI를 기재함
피하는 방법: 발명자는 반드시 자연인으로 기재합니다. AI의 기여가 컸다면 그 AI를 운용하며 발명을 완성한 사람을 발명자로 하고, AI의 역할은 명세서 실시예에서 설명합니다. AI 기재 출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절 사유가 됩니다.
실수 2 — AI의 역할을 과장하거나 축소함
피하는 방법: AI가 단순 계산 도구였는데 창작 주체처럼 쓰면 명확성·실현 가능성 심사에서 걸리고, 반대로 핵심 과정인데 숨기면 나중에 기재 불비나 부정 경쟁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사람의 판단이 들어간 지점을 중심으로 기술합니다.
실수 3 — 연구 기록을 남기지 않음
피하는 방법: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고, AI가 어떤 후보를 냈으며, 연구자가 왜 특정 안을 골랐는지를 문서화합니다. 나중에 발명자성이나 진보성을 다투는 상황이 오면 이 기록이 사람의 기여를 증명하는 유일한 자료가 됩니다.
실수 4 — 출원 전에 결과를 공개해 버림
피하는 방법: AI가 도출한 결과를 논문·학회·깃허브에 먼저 공개하면 신규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공개 계획이 있다면 출원이 먼저입니다. AI 관련 연구는 속도 경쟁이 치열해 공개 유혹이 크지만, 권리 확보 순서는 바꿀 수 없습니다.
학습 데이터와 영업비밀 리스크
AI 활용 발명에서 특허 요건과 별개로 놓치기 쉬운 리스크가 학습 데이터의 출처입니다. 회사가 쓰는 AI 모델이 타인의 저작물이나 영업비밀로 학습되었다면, 그 모델을 써서 만든 발명에까지 분쟁의 불씨가 번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의 기술 자료가 학습 데이터에 섞여 있었다면 영업비밀 침해 문제로 번지므로, 사내 AI 도입 단계에서 데이터 출처와 라이선스를 검증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 방향의 리스크도 있습니다. 회사의 핵심 기술 정보를 사외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순간, 그 정보가 외부 서버로 나가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롬프트에 미출원 발명의 내용을 넣는 것은 영업비밀 관리 측면에서 사실상의 공개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국제적 분쟁의 규모는 학습 데이터 소송과 대형 합의 사례를 다룬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미 현실이므로, 사내 AI 사용 지침에 '외부 AI 입력 금지 정보'의 기준을 두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의 AI 발명 관리 실무
조직 차원에서는 세 가지 장치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발명 신고 제도의 업데이트입니다. 직원이 AI를 활용해 기술적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 사용한 AI 도구, 입력한 정보의 범위, 사람이 수행한 검증을 함께 기록하도록 신고 양식을 손보는 것입니다. 둘째는 연구 노트의 디지털화입니다. 프롬프트와 출력, 선택 사유가 타임스탬프와 함께 남는 환경을 만들면 발명자성 입증과 직무발명 보상 산정이 모두 쉬워집니다.
셋째는 출원 전략의 이원화입니다. AI 도구로 얻은 결과물 중 특허로 공개할 가치가 있는 것과, 학습 인프라·데이터 구축 노하우처럼 영업비밀로 남길 것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웁니다. AI 관련 출원이 폭증하는 환경에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한국의 AI 특허 경쟁이 어느 수준인지와 등록 요건의 실무는 AI 특허 밀도 1위와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다룬 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외부와 협력할 때의 계약 관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 AI 솔루션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경우, AI 모델의 소유권, 학습 데이터의 제공 범위, 도출된 발명의 권리 귀속과 출원 비용 분담을 계약서에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AI 업체의 플랫폼을 써서 나온 결과물에 대해 이용약관상 업체가 어떤 권리를 주장하는지, 결과물의 출원을 제한하는 조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작은 약관 한 줄이 핵심 특허의 소유 구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 발명과 특허 제도의 미래 전망
제도는 기술을 따라가는 중입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여러 차례에 걸쳐 AI와 지식재산 정책에 관한 회원국 대화를 열어 AI 발명자성, 발명의 공개, 책임 소재를 논의해 왔고, 각국 특허청도 심사 기준을 계속 다듬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람 발명자' 원칙이 당장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AI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재할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계속 정교해질 것입니다.
실무 현장의 변화도 빠릅니다. 특허 검색과 명세서 초안 작성에 AI가 쓰이면서, 변리사의 역할이 '작성자'에서 '전략가와 검증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AI 시대 변리사의 역할 변화를 다룬 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규칙 안에서 사람의 기여를 명확히 하는 출원 습관을 갖추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도 AI 기술 패권 경쟁에 맞춰 지식재산 정책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특허청은 AI 분야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AI를 활용한 심사 지원 도구의 도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지켜볼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심사 기준이 구체화될수록 출원 전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원 사업이나 우선심사 대상의 변화는 출원 타이밍 전략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I가 혼자 만든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없나요?
현재 한국·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발명자가 사람이 아니면 출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사람의 기여가 없는 'AI 단독 발명'은 특허로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기술은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Q.AI를 쓰면 발명의 창작성이 낮게 평가되나요?
아닙니다. AI는 도구일 뿐입니다. 사람이 기술적 과제를 인식하고 AI의 결과를 선별·검증·구체화했다면 충분히 발명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그 과정이 명세서와 연구 기록에 드러나느냐입니다.
Q.AI 활용 발명이라고 출원서에 표시해야 하나요?
AI 사용 자체를 신고하는 별도 양식은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명세서에는 발명을 실시할 수 있는 수준의 기재가 필요하므로, AI 모델이 발명의 구성 요소라면 그 구조와 동작이 설명되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AI 사용 신고 의무 도입이 논의 중이므로 출원 시점의 기준을 확인하세요.
Q.AI가 만든 발명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나요?
AI 자체에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권리는 발명을 완성한 사람, 그리고 직무발명 규정이나 위탁 계약에 따라 그가 속한 회사나 발주자에게 귀속됩니다. 직원이 업무로 AI를 활용해 발명했다면 직무발명 규정에 따라 회사가 승계하고 보상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므로, 사내 규정을 미리 정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외부 생성형 AI로 아이디어를 다듬어도 되나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미출원 발명의 핵심 내용을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면 정보 유출과 영업비밀 상실 위험이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사내 전용 AI 환경을 마련하거나, 입력 가능한 정보의 등급을 정해 운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원 전 핵심 기술의 외부 입력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AI 발명 관련 법이 곧 바뀌나요?
국제기구와 각국에서 논의는 활발하지만, 발명자를 사람으로 보는 큰 틀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AI 기여의 평가 방법, 기재 요건, 심사 지침 같은 실무 기준은 수시로 갱신되고 있으므로, 출원 시점에 최신 기준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AI로 명세서 초안을 써도 되나요?
초안 작성 도구로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AI가 만든 초안은 허위의 선행기술이나 부정확한 기술 설명을 담을 수 있어, 최종 문서는 반드시 사람이 검증해야 합니다. 청구항처럼 권리 범위를 결정하는 부분은 전문가 검토 없이 제출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Q. 특허 대신 영업비밀로만 지키면 안 되나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낫습니다. 역설계로 알아내기 어려운 공정 조건이나 모델 학습 방법은 영업비밀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제품을 분석하면 드러나는 기술은 특허로 잡아야 모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공개되는 기술인지, 숨길 수 있는 기술인지를 기준으로 특허와 영업비밀을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마무리
AI가 발명자 칸에 이름을 올리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고, 당분간 오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AI를 연구 도구로 쓰는 발명은 이미 특허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승부처는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사람이 무엇을 기여했고, 그것을 서류에 어떻게 담았는가'입니다. 연구 기록을 남기고, 명세서를 사람 중심으로 쓰고, 데이터 출처를 관리하는 세 가지만 지켜도 AI 시대의 특허 전략은 반은 선 것입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AI 관련 출원의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변리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AI 발명과 특허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자하특허 소개 및 문의 페이지를 통해 문의해 주세요. 자하특허는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 등 지식재산 전반에 대한 실무 정보를 다루는 전문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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